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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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동북뉴스
  • 승인 2012.06.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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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광진투데이 객원기자>

▲ 김정숙 객원기자
숲이 우거진 곳에 우뚝선 거대한 회벽의 화장터는 흰 나비들이 세계 만국기의 행렬처럼 둘러싸여 운구차의 방문을 마중했다.
잔인한 5월의 삭풍에 떠밀려 깊은 산속에 그어진 여름의 신록은 다른 여느 산의 그것보다 깊었다.
시댁의 형님, 그러니까 남편의 형수님이 미망인이 됐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배우자를 잃는 순간이라고 하던데 , 그 말이 실감나도록 형님은 장례식 내내 우울의 늪을 건너지 못했다.

시숙님은 인정이 많으신 분이라 시댁 가문의 모든 어른들이 정(情)많은 사람이라고 늘 칭찬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정(情)많은 형이 영악하지도 약삭 빠르지도 못해서 세상살이가 고달프다고 안스러워하였다. 고인의 아내와 딸둘 다음으로 슬픔과 충격을 받은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과 고인이 된 시숙님은 총각시절 함께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며 지냈던 시간이 많아 서로 무엇이든 주고싶어 안달하는 우애가 도타운 형제였다.

꼭두새벽에 부음의 소식을 들은 남편은 주섬주섬 검은 양복을 챙겨입고 눈동자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매단채 달려갔다.
울다지쳐 활처럼 둥글게 휘어진 등을 보인 형님과 딸들은 "이래도 되는거예요? 이럴수가 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자신들에게 발생했다는 표정과 눈물로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을 스케치하며 조문객들 앞에 섰다.

자신의 남편을, 아니 자신들의 아빠를 화장한다는 소식에 짐짓 놀랐지만 형님과 조카딸들은 차분한 슬픔과 극진한 성정으로 고인의 재를 항아리에 받았다. 가족들이 사는 동네의 납골당에 모시게 되어 언제든 아빠를 , 남편을 보러 갈 수 있어 좋은 장소라고 하였다. 산이 둘러쌓인 곳에 자리한 사찰의 납골당은 고인이 계시기에 충분히 편안해 보였다. 그곳에서 삼오제를 지내고 탈상하였다.

장례의 진행을 도맡았던 남편은 탈상후 몸무게가 3kg 감소했다. 형님이 가시는 마지막 길이니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정성을 다했다. 가족들의 애도와 정성에 힘받은 고인의 영혼은 어딘지 모를 좋은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고인의 가족들도 엉켜진 슬픔을 용기와 삶의 활력으로 승화중이다.
수일 전 들었던 강사님의 말씀이 귀에 익다. “제 남편은 돌아가셨어요.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 가장 큰 배움은 '다음은 없다.'였어요.”
내 삶에도, 내 가족의 삶에도, 우리의 삶에도,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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