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4.05.30 14: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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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 / 논설위원

어떤 사람이든 그가 떠나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있게 마련이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과 별로인 사람으로 나뉜다. 어느 명소를 다녀오고 나면 이 또한 호불호에 대한 평가가 따른다. 다음에 다시 꼭 찾아오겠다든가 아니면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는 불편한 마음가짐 등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 머물다간 자리는 말해 무엇하랴. 사랑이 아프다고 투정하는 자리였을까, 사랑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자리였을까?

어떤 사람이 모임에 참석하면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경우가 있다. 참석자들의 반짝반짝 기다렸다는 눈빛이든 찔끔찔끔 불편한 눈치를 보는 눈빛이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누가 화면 밝기를 환하게 아니면 어둡게 조정했을까? ‘네가 없을 때는 초라했는데, 네가 오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네’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요? ‘그 사람이 없으니 일이 잘 돌아가질 않네’, ‘든 자리는 표가 나지 않아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다’ 등등. 우리는 이웃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사진을 찍고 싶은 이유가 뭘까? 흔적을 남기고 싶은 이유는 뭘까? 추억으로 보관하고 먼 훗날 한 가닥씩 꺼내 보고 싶어서 그러는가? 그것을 꺼내 볼 때마다 악몽이 떠오르는 것보다 행복한 미소가 피어나는 그런 사연을 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왕이면 흐뭇한 미소가 피어나는 추억거리가 많으면 좋지 않겠는가.

잠시 머물다 돌아서는 그곳, 떠나는 그곳이라도 다시 오고픈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이유를 만들고 찾아보자.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그대가 머물다 간 그 자리에 향기가 배어날 때 비로소 너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됨이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자리가 소중했음을 깨닫는 시간이...

봄날이 흐르다 만 언덕에 봄날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외치며 떠나가고 있다. 엄마 속치마 들썩거리다 못 본 듯 안 본 듯 은근슬쩍 지나간 바람처럼 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그리움이 솟고 아픔을 느낄 수 있음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의 역설이고, 계절의 흘러감은 다시 돌아온다는 역설일 것이다.

필자가 작사한 곡,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 : 그때 그 자리에><작사 : 송 란교>

「둘이서 바라보니 아름답구나 사랑이 싹트는 그곳.
둘이라서 좋았네 둘이라서 좋았네 그 때 그 자리.
혼자서 바라보니 볼품없구나 사랑이 떠나간 그곳.
혼자라서 싫었네 혼자라서 싫었네 그때 그 자리.
바윗등에 새긴 언약 만 개의 바람 되고,
청보리에 매단 사랑 비바람에 날아가네.
보름달에 기댄 믿음 이리저리 흔들리고,
솔방울에 걸린 소망 참새들이 쪼아가네.

아 ~~~~~못잊을 사랑,
나의 마음 불난 사랑 너의 마음 태운 사랑,
나의 마음 비운 사랑 너의 마음 텅빈 사랑.

그때 그 자리엔 참새똥만 쌓이고,
그때 그 자리엔 물이끼만 쌓이네」

빈손으로 왔으니,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모두 덤이다. 생각도 마음도 빈 상태로 왔으니, 머릿속 잡념들도 모두 덤이다. 세상 안으로 가져온 것 없으니 세상 밖으로 가져갈 것도 없을 것이다. 악마의 유혹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길을 걷다 보면 만나고 싶지 않지만 ‘도로 위 바퀴벌레’ 피할 수는 없지 않는가.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오토바이, 따릉이, 킥보드, 난폭한 택시 등을 만나면 유쾌하지는 않다. 우리는 그들을 도로 위의 바퀴벌레라 부른다. 권력을 걸레로 만들고, 그 걸레를 물고 맛있다고 떠들고 있는 이상한 사람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바퀴벌레가 되어가고 있음이다. 그들을 만나지 않을 권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리라.

품격은 혀끝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미움의 가시를 빼고 그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보자. 사랑으로 새살이 돋아나게 해보자. 세월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 것 같지만 돌아서면 그 자리가 아니니라. 그러니 내가 머물다간 자리를 언제나 향내 나는 자리, 다시 오고 싶은 명소로 만들면 좋지 않겠는가. 그대가 남기고 간 그 자리, 맑은 물이 감로수 되어 졸졸 흐르고 빛나는 별이 감미로운 음악으로 내리는 안식처가 되면 좋겠다. 그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나는 사람, 그 자리에 있어야 다른 사람이 빛이 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 행복함을 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

청보리가 몸을 부대끼며 바람을 일으키다 그 바람에 자신이 드러눕다 일어선다. 청보리는 그렇게 밤새 운다. 바람이 그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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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옥 2024-06-08 19:32:41
송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주옥같은글 잘봤습니다.
한낮의 날씨가 벌써 29도를 오르내리며 덥습니다.
어쩌다보면 겨울이고 어쩌다 보니 벌써여름입니다.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갑니다. 우리인생도 이와같겠지요?
빈손으로 떠나는 인생인데 요즘처럼 불황인 때는 소시민들 하루하루 사는일은 참으로 전쟁같습니다.
가까이 있던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사람의 빈자리가 크고 정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느낄때가 있죠.
함께 있을때 정말 소중히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껴 준다면 떠나지도 않겠거니와 어쩔수 없이 떠난다 해도 사는내내 따뜻하게 남아있겠죠.
오늘도 행복한일들 가득가득 보람있는 시간으로 채워가세요.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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