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사람] 사근동서 폐가킹-킹십리 프로젝트 진행하는 세 청년
[원동업이 만난사람] 사근동서 폐가킹-킹십리 프로젝트 진행하는 세 청년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4.05.29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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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디지털 시대에 사근이라는 작은 로컬서 창업의 둥지 만든 이유
“동네친구, 개인적 아픔 풀기, 그냥…! 이유 각각이지만 우린 모두 창업가들!”
왼쪽부터 김응석 툴립 대표, 이승현 달튼 대표 그리고 강규빈 킹십리 공동대표다. 킹십리는 십리 안에 내가 왕이라는 자신감으로 지었다

왕십리쪽에서 사근동으로 가려면 사근고개를 넘어야 한다. 성민교회가 자리한 왼쪽 언덕과 한양대학교와 병원이 높이 솟아있는 오른편 언덕 아래로는 지붕 낮은 주거지가 빼곡하다.  

언덕을 넘으면 아래로 뻗은 길이 청계천 허리에 내려닿는다. 청계천 넘어 용답동 가는 길은 '토끼굴'로 뚫려있다. 청계천을 따라 난 지하철 2호선 성수-신설동 지선이 2-3층 높이 담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근동을 두른 산과 방둑과 물은 삶의 터이지만, 동시에 벽이기도 하다.  

원동업

외진 동네 사근은 '재개발의 시도'와 '좌초'를 반복해 왔다. 2019년에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었었으나, 최근 사근도시재생센터는 문을 닫았다. 2022년 사근동 293번지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2차 후보지가 됐기 때문이다. '신통기획' 1차 후보지 마장동 382번지 및 주택재건축정비구역으로 선정된 마장동 세림아파트와도 접하고 있다. 반복되고 번복되는 개발-재생 이슈는 이곳 삶의 터전을 지속적으로, 온전하게 만드는 데 방해요인일 수밖엔 없다. 

 한편, 사근동은 청년들과 어르신은 많고, 아이들 수는 적다. 학원가가 없으려니와 주민들 대부분이 한양대 학생들과 왕십리 청년들의 원룸임대로 생계를 잇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오래 이곳서 살아온 어르신들이고, 학교를 마치면 젊은이들은 떠난다. 이런 곳에는 청년들이 터 잡고, 작당을 하고, 삶과 일의 둥지를 틀기 어렵다. 그런 사근동에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이곳 골목길 끝트머리에 '왕십리역처럼 청년들 삶의 환승역이 되겠다'는 폐가킹-킹십리(王십리)가 자리 잡은 것이다. 십수 년 방치돼 있던 폐가를 수개월 째 고쳐가며 작업하고 창업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다. 

◆ 골목길 끝 폐가를 고쳐 창업의 집 세우는 청년들

-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킹십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별개로 툴립이라는 아이티 콘텐츠 솔루션 회사를 운영한다. 학부에선 경영, 대학원에선 블록체인을 공부했다. 코로나 때 동네를 많이 돌아다녔고, '성동구 마을지도 앱-동네 두 바퀴'를 진행했다.” - 김응석 

“킹십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별개로 뜀수라는 비영리 교육단체를 하고 있다. 교구를 만드는 기획을 하고, 성동 미래선호직업에 창업편에도 참여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아날로그 문과 중심이어서, 할 수 있는 능력의 도달치가 늘 버겁지만 버티고 있다.” - 강규빈

“킹십리 일원이고, 달튼이라는 소셜기업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달튼은 색맹 색약 대상, 맞춤 보정 필터를 개발한다. 생명과학과에 재학중이다.” - 이승현

소박한 공간 킹십리는 많은 땀과 수고의 결실이다  ⓒ킹십리

-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로컬 프로젝트인데, 어떤 인연이나 관심이 연결됐었나?

“나는 학교 때문에 여기 오게 됐다. 본래 로컬이나 고향 개념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4년 넘게 살고 있지 않나? 지역을 활용하며 재미나게 보내면 좋겠다. 반발짝 앞서서 지역을 누려보자, 그래서 시작됐다. 내가 겪은 동네를 알려주고 도와주고 싶었다.”- 응석  

“내게는 사근동이 고향이었다. 다만 그동안 이사를 많이 다녀서 동네친구가 없었다. 늦었지만 동네친구를 가져보고 싶었다. 청년 콘텐츠도 부족한데, 우리가 가져보자. 우리가 만들어보자 했다.”- 규빈 

“나는 인천 부평서 자랐다. 왕십리를 지명으로만 알다가, 이곳에 다양한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는 걸 보게 됐다. 그런 공간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사근동 기반의 청년-창업 네트워크에 참여한 이유다.”- 승현 

- '창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일 텐데.  

“요즘엔 여러 일들을 함께 한다는 엔잡러 개념이 있다. 창업에 대해서는 직장인 친구들도 부업형태로 열려있다. 일종의 노마드라고 할까? 도전하는 일에 대개들 열려있다.” - 규빈   

“창업에 대한 느낌? 이젠 아무 느낌이 없다. 아이디어 생각하고 구체화해서 제품을 내고, 팔고…. 다시 아이디어 내고 제품 내고 팔고 하는 일의 연속이니까.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듯한 느낌.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늘 설렘과 기대, 그리고 물건과 제품을 만들어 그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그런 욕망들도 분명 느껴진다.” - 응석

- 이곳 사근동 폐가를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내 인생의 첫 폐가를 만났다. 밤에 처음 봤다. 폐가가 아니라 흉가였다(웃음). 여기를 왜 고쳐? 부셔서 없애는 게 빠를 거 같은데? 막막하다 어렵다는 느낌? 일단 방을 하나만 먼저 고쳐보자고 마음을 다시 먹었다.” - 응석   

“먼저 이곳을 본 친구들로부터 전해진 악명이 높았다. 귀신이 살고 있다든지, 흉흉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공포체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다. 처음엔 안 보였던 공간이 계속 생겨났다. 방이 15개나 됐다. 공간 자체가 독특하구나 생각했다. 군대 전역한지 얼마 안 돼서. 몇 십 년 안 쓰던 진지와 비슷했다.” - 승현 

“공중화장실이 한 개밖에 없고, 쪽방촌 구성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5년가량 살 거고, 거미는 있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벌레는 없었다. 한겨울 한파 속에서 작업했다. 모든 공사를 할 때마다 발바닥에 핫팩을 붙였다. 계속 쓰레기를 들어냈다. 도배나 미장 같은 일도 다들 처음인데,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수고한다고 좋아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간 나실 때 뭐라도 거들어 주고 가셨다. 야금야금 도움만 아니라, 사실 정말 크게 도움을 많이 받았더라.” - 규빈 

◆ 창업은 ○○○! 저마다의 '싸움'이지만 함께 대처하는 공간

창업과 더불어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들은 다양한 공모사업에도 도전했다. 한양대 헤비타트 동아리와 함께 지원한 한국프롭테크포럼의 ESG 공간개선 공모전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정해진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도달시키는 훈련을 했다. 아름다운 재단엔 지역자원조사 프로젝트로 도전했다. 골목 아카이빙을 진행했고, 이곳 자체가 흉가로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어서 '안전을 주제로 한 방탈출 전시'도 진행했다. 이곳엔 다양한 청년 창업팀들이 함께 한다.

“미디어아트를 성수에서 하는 팀도 있고, 오디오 인터랙션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유튜버. 대학축제 티켓 관련 해결, 행사 구루마 서비스, 박람회 캐릭터 그려주는 팀들도 있고…. 해비타트 포함 영상 영화 그룹 등 많은 팀들이 상시로는 아니지만 협력하고 있다. 이곳은 일종의 플랫폼이다”

킹십리는 여러 공간들이 혼재해 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 공간은 그래서 창업을 펼치기에는 적절한 곳이다

- 주된 활동이 네트워킹, 해커톤, 독서모임과 협업 활동 동이었다. 

“성동구 청년정책 중 하나로 우리가 주최해 해커톤을 열었다. 지정된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내고 경쟁하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참여해 스스로의 사업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이야기들을 전개시켰다. 시각장애인들이 풍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든지-풍경해설사 동반 활동-, 반려동물과 함께 소개팅을 주선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1인가구가 반려견을 키우기 어려워하는데, 소개팅을 해주는 거다. 서울숲서 실제로 진행해, 커플도 성사됐다. 챗지피티 활용해서 청년정책 소개하는 안도 있었다.”

- 창업 청년들이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들은 무엇이었을까?

“『규칙 없음』. 몇 백 개 기업을 분석한 에피소드 형태의 책이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소개됐는데,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해 아이들의 꿈에 투자하는 내용이었다. 수익률의 관점으로 자소서를 보면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 취업하면 갚는 형태다. 관심의 선순환 이루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업』, 아성다이소 회장 박정부의 『천원을 경영하라』도 읽었다. 개인적으로 세 권을 추천하자면, 『손자병법』 『군주론』 『성경』.  

손자병법에선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하고, 하면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이라는 전쟁에 막 뛰어들지 말아야 해 그런 걸 느낀 책. 공자님도 자기 현생애에는 정책 채택을 못 받았다. 취업준비생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자도 저런데, 하면서 위로 받았다.” - 응석 

“만화책. 코난을 좋아한다. 답답할 때, 문제를 풀어가고 답을 찾아가니까. 나는 현실에서 못하니까. 대리 속시원함이 있다. 어느 부분에서 내가 미흡한지, 약점조차 모르겠는 거다. 세상에 꺼내놓을 때, 구멍들이 계속 발견되고. 하나씩 채워오다 보면 나는 언제 뭘로 시작했지? 뭐가 불합격이고, 뭐가 부족한지 이야기해 주는 곳이 없었다. 그럴 때 위로가 된 책.” - 규빈

“개인적으로 시를 매우 좋아한다. 갈피를 잃거나 힘들 때 읽는다. 빠른 속도를 버거워하는 타입이다. 타인들을 따라가는 데 지쳤다. 시는 오래 탐구해 자기만의 관점으로 묘사하고 말한다. 정답이라 생각했던 기준들을 나도 따라갈 필요가 없다.” - 승현

킹십리가 주최주관한 성동청년정책 해커톤  ⓒ킹십리

◆ 청년의 창업에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청년의 자립과 함께

- 여러분들에게 창업이란 무엇인가? 창업이란 ○○○을 채워준다면?
“지니이다. 만나면 이뤄지긴 할 것. 세 번의 기회 안에서. 소원 다섯 개 더 하겠다하는 멍청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 규빈 

“질문이다. 드라마 도깨비 대사 '인생은 신이 너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구절이 있다. 답은 그냥 내가 하는 거다. 이게 정말 필요할까? 왜 생기는 걸까. 그 답은 또 내가 내려야 하는.” - 응석 

“터널이다. 강대표와 비슷하다. 아이템이 반응 있고. 우리 솔류션이 적용됐을 때 한줄기 빛이 보인다. 그 빛이 터널 끝 빛인지. 머릿속 섬광 같은 건지는 묵묵히 걸어갈 때 알게 되겠지.”- 승현

킹십리는 성동구의 고립청년과 자립준비 청년을 돕는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그 발굴과 지원에 대해서 지역기관과 건물주와 부동산, 예술가와 엔터사 등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꿈꾸는 청년정책은 무엇일까?

“사실 그냥 보통의 청년들도 다각도로 도움이 필요하다. 사후적 우울증 대책 말고. 극단적 아니어도 보통의 친구들 위한 것도 있었으면 한다. 대학 안 들어가면 무료로 그냥 받을 수 있는 게 상당히 박하다.”

“청년 정책 이름 붙인 게 많은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책이 마이너한 것이고. 실제로 본질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 저출산-청년 정책도 본질적이지 않다. 나오게 하는 정책도, 도전의식 갖고 지향점 주는 정책도 없다. 오구오구 하는 정책만 많지.”

“홍천과 곡성, 고흥에도 다녀왔다. 그곳 청년들 말이, '여기의 공기는 맑다. 그러나 서울의 공기는 달다'고 했다. 그들에 맞는 정책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역의 청년들과 삶과 접속할 수 있는 더큰 플랫폼의 기회가 늘었으면 한다.”

달튼을 운영하는 승현은 어릴 적 미술시간에 자주 혼났다. 태극기를 그릴 때 빨강과 파랑을 제대로 그려넣을 수가 없었다. 고학년이 돼 본 과학교과서 색맹테스트에서 처음 자신이 색맹인 걸 알았다. 그가 색각이상자들을 위한 솔루션 업체 달튼을 운영하는 이유다.  

“용산 구의회서 전국최초로 색맹환자들을 위한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이들도 처음엔 정책적 레퍼런스가 없었다. 우리가 이곳을 왕십리역처럼 환승을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베리어프리 관점의 정책 제안도 찾고 싶다. 청년뿐 아니라 아이들과 주민들도 여기에 함께 왔으면 한다. 뭐든가 작은 것이라도 같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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