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등산이여!
아! 무등산이여!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4.05.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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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 논설위원

4월 4일 새벽 5시, 가까스로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간 핸드폰을 잡는다. 코레일 앱을 열어 놓고서 5월 4일 새벽에 출발하는 열차표 예매를 준비하고 있었다. 회원가입을 해놓지 않아서 작성해야 할 곳이 많았다. 그렇게 몇 단계를 지나고 나니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는 수 없이 한 시간 뒤에 출발하는 열차표라도 구해야지 하면서 끙끙거리며 겨우 예매를 완료했다. 손놀림이 빠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법임을 새삼 느꼈다.

4월 5일에도 마찬가지다. 내려갔으니 올라와야 하는 표를 예매해야 했다. 이번에는 실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번 해보았다고 자연스럽게 예매를 했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들뜬 마음과 기대와 설렘이 있었기에 이날을 꿈꾸며 꾹 참고 기다렸었다.

출발 하루 전, 다른 친구가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구했다고 필자가 1개월 전에 애써 예매한 표를 취소하라 했다. 감사할 일이었다. 다른 일행들과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 아닌가. 5월 4일 꼭두새벽, 밤잠을 설치며 이리저리 뒹굴다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다. 이런 몸 상태로 무등산을 오를 수 있으려나 걱정을 하면서도 서둘러 채비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나갔다.

열차 출발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하여 아침을 먹고 갈까 했더니만 다른 일행들이 식사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몽롱한 정신을 깨우고자 어쩔 수 없이 커피 한잔 치켜들고 역 주위를 굶주린 사자처럼 서성거렸다.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는지 밀려 들어오는지 알 수 없지만, 명절 때 보다 더 붐볐다. 그래도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출발하는 열차표가 내 손안에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광주송정역에 10분 늦게 도착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도착해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등산 정상을 향해 출발하기 전 원효사 부근에서 산나물비빔밥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하늘이 도와 화창한 날씨, 땅이 도와 등산길이 열리고 친구들이 도와 우정이 샘 솟으니, 이것은 분명 천우신조(天佑神助)이고 천지인의 조화가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무등산이 깔고 앉은 치맛폭은 상당히 넓다. 해발 1100m가 넘는다. 우리 일행은 원효사 입구에서 출발했다. 급하지 않은 경사, 간간이 계곡 사이에서 흐르는 물들이 노래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12명은 그렇게 걸으며 이야기하며 낙오자 없이 단숨에 목교라는 갈림길까지 올랐다. 한 친구가 목교에서 서석대까지는 경사가 심하고, 무릎관절이 좋지 않다고 낙오를 선언했다. 무리하지 말고 머물 사람은 장불재 쉼터에서 기다리라 하고 오를 수 있는 친구들은 서석대를 향해 전진했다. 엄포 아닌 엄포에 잔뜩 긴장하였으나 생각만큼 경사가 급하지 않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서석대에 오르니 저만치서 인왕봉이 부른다. 어머니 품속 같은 평온함과 아직 덜 떨어진 철쭉을 바라보며 인왕봉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민간인에게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품속이 무척 궁금했다. 다른 친구들이 볼 것 없다 하면서 그만 하산하자 하였다. 그래도 서울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가 인왕봉을 꼭 만져보고 싶었기에 앞장서서 올랐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잠 못 이루고 달려왔는데 그 보상치고는 조금은 허망했다. 겹겹이 철조망으로 옥죄어 놓은 인왕봉이 속살 찔리는 아픔을 참으며 울고 있지는 않을까? 높이를 낮춘 천왕봉의 숨은 목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산허리 싹둑싹둑 잘린 꾸불꾸불한 뱀 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못 볼 것을 본 양 눈물이 콸콸 솟으려 하니 속이 쿡쿡 아려왔다.

무등산 정상 부근에는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 있다. 천지인의 조화를 이루고 싶어 이렇게 이름하였을 것이다. 예전에 ‘차등 평등 무등’이라는 칼럼을 썼었는데 오늘 무등산 정상에 올라 ‘무등(無等)’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맑게 갠 하늘 틈새로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졸랑졸랑, 땅에서는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옷차림으로 줄을 잇고 있으니 이는 진정 천지인이 한 몸이 되려 함이 아니던가.

서석대를 돌아 입석대를 향했다. 선바위와 선돌, 그 돌들이 솟아오른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 뜻을 오롯이 새기면서 울퉁불퉁한 길목을 따라 장불재 쉼터에 1시간여 늦게 도착했다. 중간에 포기한 친구들이 설마 인왕봉까지 다녀올 줄은 몰랐다 하기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일정이 빠듯함에도 마음의 여유가 넘쳤다. 오늘은 족히 15킬로를 걸었음에도 피곤함이 전혀 없다. 함께한 친구들의 웃는 얼굴에서 차별과 등급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있음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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